You can view this site in English

기억술사(기억력 마스터)가 되려면

초급기억법글쓴이 조신영21분 읽기

기억술 마스터는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는 하나의 지점이라기보다, 기억하는 과정이 점차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지는 방향에 가깝습니다.

기억술을 10년 넘게 지도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을 목표로 / ○○ 수준의 실력에 도달하려면 / 기억술을 마스터하려면 '얼마나' 훈련해야 하나요?"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 '얼마나'라는 표현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모두 포함합니다.

  • 목표하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수개월 이상)
  • 하루 중 훈련에 투자하는 '시간'
  • 일주일 중에 훈련하는 일수와 패턴
  • 훈련의 종류와 루틴

이러한 내용들은 기억술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매우 궁금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죠. 따라서 이 글에서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다만 이 글에서 제시하는 내용은 저 개인의 경험일 뿐, 결코 일반화된 사실이나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알립니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의 궁금증이 해소되길 바랍니다.

목표하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기간

필요한 훈련 기간을 예상하기 위해선 먼저 목표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합니다. 기억술을 배우려는 사람마다 목표하는 수준이 다르고 그 목적 또한 다양합니다.

특정 유형의 정보를 잘 기억하기 위해서, 또는 학교 공부를 잘하게 되거나 준비하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또는 일상에서의 집중력이나 업무효율성 향상을 위해서 등등. 배움의 목적과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억술의 수준 또한 달라집니다.

단순히 외국어 단어 암기만을 잘하고 싶다면 외국어 단어 학습에 필요한 기억법만 익히고 훈련하여 비교적 빠르게 목표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문법과 어원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하루만에 익히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단순히 기억술을 배워서 알고 있다는 것과, 꾸준한 반복 훈련을 통해서 기억술의 실력을 갈고 닦고 수준을 높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 방식대로 단순 반복 암기했을 때보다, 기억술을 활용해서 외국어 단어를 외웠을 때 동일한 시간 대비 더 많은 단어를 외우는 건 하루만 배우고 훈련해도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전교 1등 되기나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기, 기억력대회 참가 및 수상, 기억술 마스터하기와 같이 목표가 높다면, 그만큼 필요한 기억술의 수준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필요한 훈련량과 기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사실 이 정도의 수준이 대부분의 입문자 분들이 원하는 목표일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기억술 마스터'를 기준으로 필요한 예상 훈련 기간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기억술 마스터'가 의미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겠죠? 외워야 할 글을 읽을 때, 의식적으로 이러이러한 기억법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글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미지와 영상으로 떠오르며 기억하기 용이한 심상으로 변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또는 인지 부하가 큰 기억의 궁전과 같은 기억술을 큰 인지적 부담 없이(마치 가벼운 글을 읽듯이) 힘들이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정도라면 기억술을 마스터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기억술 마스터 수준까지 필요한 예상 훈련 기간은 '대략 3개월에서 수십년 사이'입니다. 왜 이렇게 범위가 넓을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애초에 기억술을 마스터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사실 기억술을 마스터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부터 쉽지가 않아요. 가령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자신은 기억술을 마스터해서 시험에 쉽게 붙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로는 3년 이상 공부해놓고 막상 자신은 기억술을 사용해서 6개월 만에 합격했다고 거짓으로 말할 수 있는 거죠.

증명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기억력대회' 수상 이력이 그나마 가장 객관적인 증명 방법입니다. 기억력대회에서는 현장에서 모든 참가자들에게 동일한 '기억 시간'과 동일한 '리콜 시간', 그리고 동일한 '정보(출제 문제)'가 주어집니다. 응시생마다 준비해온 학습 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일반적인 시험들과 달리, 모든 참가자들에게 동일한 학습 시간이 주어집니다. 따라서 기억술에 능통하지 않는 이상 기억력 대회에서 높은 순위에 도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억술 마스터들의 대회 수상 소감이나 인터뷰, 블로그 글 등을 통해 그들의 훈련 기간을 들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들의 훈련 기간이 천차만별입니다. 저처럼 적게는 2~3년, 많게는 수십년간 훈련하여 참가한 대회에서 입상한 참가자가 있는 반면, 저에게 배운 지 단 3개월 만에 바로 종합 준우승을 차지한 학생도 있었기 때문입니다.(참고로 그 주인공은 현재 메타마인드의 수석 강사 '이윤지' 쌤이고, 그 다음 대회에서 결국 저를 제치고 종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3개월 만에 기억술을 마스터하고, 어떤 사람은 몇 년을 해도 마스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입문자 분들로부터 훈련 기간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난처한 게 사실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정답은 없어요."라고 얼버무리기엔 뭐하니, "빠르면 3개월에서 6개월, 느리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애매한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죠.

2. 개인차의 요인들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과 기질, 살아온 환경, 받아온 교육의 양과 질, 경험이 모두 다릅니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훈련을 하더라도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기억술에서는 심상화 능력과 연상력, 집중력, 기존에 보유한 배경지식, 학습 습관 등이 훈련의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머릿속으로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데 익숙한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이미지로 바꾸는 과정에 금방 적응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사과를 떠올려 보라고 했을 때 사과의 색이나 형태조차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심상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기억술을 익히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처음에는 정보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고, 그만큼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기간도 길어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의 양도 중요합니다. 기억술은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장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새롭게 접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이미지와 연결하여 기억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새로운 정보를 연결할 수 있는 재료가 많습니다. 같은 단어나 개념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곧바로 여러 이미지와 이야기를 떠올리는 반면, 누군가는 연상할 만한 소재를 찾지 못해 한참을 고민할 수 있는 것이죠.

성격과 사고방식 역시 영향을 줍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거나 모든 연상에 논리적인 개연성을 부여하려는 사람은 오히려 훈련 속도가 느려지기도 합니다. 기억을 잘 남기기 위한 이미지는 반드시 현실적이거나 논리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과장되고 우스우며 때로는 황당할수록 기억에 잘 남는데, 이를 어색하게 여기거나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도 되나?’라고 계속 검열하다 보면 이미지 하나를 만드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기보다 일단 빠르게 떠올리고 넘어가는 사람은 실전 적응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엉성한 연상이라도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면 어떤 이미지가 기억에 잘 남는지 감각적으로 알게 되고, 점차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인 심상을 만드는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훈련에 대한 태도와 지속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을 연습했는지만큼이나 얼마나 꾸준히 훈련했는지, 자신이 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보완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일주일에 하루 몰아서 다섯 시간을 훈련하는 것보다 매일 30분에서 1시간씩 집중해서 연습하는 편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술은 단순히 방법을 이해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변환과 공간 배치, 회상 과정을 반복하여 하나의 자동화된 사고 습관으로 만드는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문제를 계속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정체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정보를 이미지로 바꾸는 단계에서 느린지, 기억의 궁전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실수하는지, 아니면 기억은 했지만 회상 순서가 엉키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맞는 훈련을 해야 하죠.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거나 자신의 수행 과정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사람이 혼자서 감에 의존하여 연습하는 사람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타고난 능력이 실력 향상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타고난 능력의 차이가 최종적인 실력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상화가 서툴고 연상이 느렸던 사람도 꾸준한 훈련을 통해 뛰어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출발점과 학습 속도, 훈련의 효율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에는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외에 나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른 운동이나 기술과 마찬가지로 기억술 역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시작할수록 새로운 사고방식에 빠르게 적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기억력스포츠 대회에서도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고, 제가 오랫동안 기억술을 지도하면서 지켜본 바로도 성인보다 어린 학생들의 실력 향상 속도가 빠른 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성인이 되면서 언어와 텍스트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굳어지다 보니, 점차 자유롭게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엉뚱한 장면을 상상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창의적이거나 비논리적인 생각을 스스로 검열하는 습관도 생깁니다. 하지만 기억술을 잘하려면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과장되며 엉뚱한 상상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범하고 논리적인 장면보다 말도 안 되는 장면이 기억에 훨씬 강하게 남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으면 기억술을 잘할 수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성인은 어린 학생보다 배경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의 학습 목적을 분명하게 이해하며, 훈련 과정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미지로 사고하는 방식이 어색하더라도 꾸준히 연습하면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실력 향상 속도는 어린 학생보다 느리더라도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는 인내와 끈기도 성인 학습자의 무기입니다.

또한 머릿속에 사진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다고 해서 기억술을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지의 선명도만큼 중요한 것은 정보 사이의 관계를 만들고, 특정 장소나 이야기와 연결하여 나중에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희미한 형태나 움직임, 공간감, 소리, 감정, 개념적인 느낌만으로도 기억술은 충분히 작동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타고난 능력과 후천적인 노력, 개인이 놓인 상황과 환경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됩니다. 출발점, 훈련의 빈도와 강도, 훈련 방식, 피드백의 질, 지속성, 학습 목적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3개월 만에 달성한 수준을 자신도 반드시 3개월 안에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전 수행보다 조금씩 더 빠르고 정확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수강생 분들에게 목표를 정해두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목표'는 요일별 훈련 루틴이나 하루 훈련량 채우기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바로 '기억술 마스터하기'와 같은 '목표를 위한 수단적 목표'를 말하는 것입니다. 기억술 훈련을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적인 목적으로 임하는 순간, 매일의 훈련이 목표 지점과의 괴리와 실패의 좌절감을 맛보는 지옥이 될 뿐입니다. 그저 기억술을 사용하여 엉뚱한 이미지와 재미있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억들에 감탄하고 그 순간을 즐기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목표하던 수준에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하루에 얼마나 훈련해야 할까?

이번에는 하루 중 기억술 훈련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억술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는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가장 현실적입니다. 물론 하루에 2시간이나 3시간 이상 훈련할 수도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반드시 긴 훈련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오랫동안 훈련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미지 변환이 점점 느려지며, 훈련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억술 훈련은 단순히 문제를 오래 들여다보는 공부가 아닙니다. 정보를 이미지로 바꾸고,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만들고, 기억의 궁전 속 장소에 배치하고, 다시 순서대로 회상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인지적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한 시간 동안 제대로 집중하여 기억술을 훈련했다면 일반적인 학습을 한 시간 한 것보다 훨씬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긴 시간보다 높은 집중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 30분을 집중해서 훈련하는 것이 두 시간 동안 대충 훈련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권합니다.

  • 기억술 입문자: 하루 30분~1시간
  • 기본기를 다지는 단계: 하루 1시간~2시간
  • 빠른 실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단계: 하루 2시간~3시간
  • 기억력대회를 준비하는 단계: 하루 3시간 이상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기준입니다. 기억술을 학교 공부나 자격시험에 활용하려는 사람이라면 별도의 기억술 훈련 시간을 길게 확보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 공부를 하면서 배운 내용을 이미지로 바꾸고, 기억의 궁전에 배치하는 과정 자체가 기억술 훈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억력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목표로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숫자, 카드, 얼굴과 이름, 단어, 역사 연도 등 다양한 종목을 제한 시간 안에 빠르고 정확하게 기억해야 하므로, 기억법을 적용할 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미지 변환 속도와 배치 속도, 회상 정확도까지 반복적으로 측정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훈련 시간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약점에 맞춰 시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숫자를 이미지로 바꾸는 속도는 빠른데 각 이미지를 서로 결합하거나 기억의 궁전에서 이미지가 서로 섞인다면 장소 구분과 이미지 배치, 결합 훈련이 필요합니다. 기억할 때는 잘 외운 것 같지만 회상할 때 순서가 자주 뒤바뀐다면 회상 경로와 복습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 몇 시간을 훈련했는가’보다 ‘오늘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무엇을 개선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일주일에 며칠 훈련해야 할까?

기억술은 한 번에 몰아서 훈련하는 것보다 짧게라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일요일에만 다섯 시간 훈련하는 것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시간씩 훈련하는 편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더 유리합니다. 기억술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일종의 사고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글을 읽을 때마다 ‘이 내용을 어떤 이미지로 바꾸지?’, ‘어느 장소에 넣어야 하지?’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자주 반복하면 점차 정보를 보는 순간 이미지가 떠오르고,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기존 지식이나 장소와 연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일반적인 학습 목적이라면 일주일에 4~5일 정도 훈련하는 것을 권합니다. 매일 훈련해도 괜찮지만 반드시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로가 심하거나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충분히 쉬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를 쉬었다는 이유로 훈련 전체를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계획한 훈련을 하루 이틀 지키지 못하면 ‘이미 계획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완전히 중단합니다. 하지만 기억술 실력은 하루의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수개월 동안의 누적된 훈련으로 만들어집니다.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 월요일~금요일: 하루 30분씩 기본기 및 기억력스포츠 종목 훈련
  • 토요일: 실제 공부나 긴 글에 기억술을 적용하는 훈련
  • 일요일: 휴식 또는 일주일 동안 기억한 내용 복습

훈련을 많이 하고 싶은 사람이라도 일주일 중 하루 정도는 푹 쉬는 것도 좋습니다. 휴식은 훈련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 훈련의 집중도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훈련을 해야 할까?

기억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억의 궁전만 반복해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기억술을 구성하는 여러 능력을 나누어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능력이 필요합니다.

1. 이미지 변환 능력

단어나 문장, 숫자, 추상적인 개념을 기억하기 쉬운 이미지로 바꾸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 성장’이나 ‘사회적 책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텍스트 그대로 기억하려 하면 어렵습니다. 경제 성장을 달러가 휘날리며 위로 솟아오르는 금색 그래프로, 사회적 책임을 무거운 지구를 등에 짊어진 사람으로 바꾸는 식으로 구체화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추상적인 단어와 개념을 이미지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력스포츠 종목인 숫자나 카드, 간단한 단어들부터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이미지 하나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정보를 반복해서 이미지로 바꾸다 보면 자주 사용하는 이미지가 축적되고, 점차 변환 속도가 빨라집니다.

2. 결합 능력

각각의 이미지를 서로 강하게 연결하는 능력입니다.

이미지들이 한 장면 안에서 서로 부딪치거나,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거나, 형태가 변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단순히 여러 물건이 나란히 놓여 있는 장면보다 서로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장면이 기억에 잘 남습니다.

가령 사과와 자동차를 연결해야 한다면 자동차 옆에 사과가 놓여 있는 장면보다, 거대한 사과가 자동차 위에 떨어져 즙이 터지는 장면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3. 기억의 궁전 활용 능력

익숙한 공간의 장소마다 기억할 이미지를 순서대로 배치하는 능력입니다.

초보자는 장소의 순서가 자주 헷갈리거나 하나의 장소에 너무 많은 정보를 넣는 실수를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집이나 학교, 출퇴근길처럼 매우 익숙한 장소를 사용하고, 그 안의 각 포인트(Locus) 사이의 간격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억의 궁전은 많이 만드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처음에는 집과 공원처럼 한두 개 정도의 장소로 시작하여, 순서를 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익힌 뒤 확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눈을 감고 누운 채로 내 기억의 궁전을 한 바퀴씩 돌아보는 습관(아침 루틴)을 들이면 아주 좋은 실력 향상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4. 회상 능력

기억술 훈련에서 의외로 소홀히 하기 쉬운 부분이 회상입니다.

많은 사람이 정보를 기억의 궁전에 넣는 과정에만 집중하고, 실제로 꺼내보는 훈련은 충분히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억은 저장했을 때가 아니라 필요할 때 정확하게 꺼낼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기억한 직후뿐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도 회상해 봐야 합니다. 또한 처음부터 다시 떠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중간 지점부터 회상하거나, 역순으로 떠올리거나, 특정 항목만 골라서 찾는 훈련도 도움이 됩니다.

5. 실제 적용 능력

무작위 단어나 숫자를 잘 기억한다고 해서 곧바로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어나 숫자처럼 간단한 정보에도 기억술을 적용하지 못한다면, 추상적인 개념과 문장 덩어리인 실제 학습 내용에는 더더욱 적용이 어렵습니다.

학교 공부나 시험에서는 개념의 의미와 구조를 이해하고, 비슷한 내용들을 구분하며, 문제에 맞게 인출해야 합니다. 특히 기억술을 모든 내용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기 어렵거나 자주 틀리는 문제의 개념 위주로 기억술을 적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본기 훈련이 받쳐진 상태에서 자신이 실제로 공부하는 교재와 자료에 조금씩 기억술을 적용해야 합니다.

기억력대회가 목표라면 대회 종목을 중심으로 훈련해야 하고, 외국어 단어가 목표라면 발음과 뜻을 연결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시험 합격이 목표라면 목차와 핵심 개념, 조건, 예외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억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기억술은 모든 목적에 동일한 형태로 적용되는 하나의 기술이 아닙니다. 목적에 따라 적합한 기억법과 훈련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입문자를 위한 추천 훈련 루틴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훈련한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10분: 이미지 변환

무작위 단어나 숫자를 보고 빠르게 이미지로 바꿉니다. 처음에는 이미지의 완성도보다 일정 시간 안에 연관된 단어를 떠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15분: 결합 훈련

여러 개의 이미지를 하나의 장면이나 영상으로 결합합니다. 움직임, 소리, 크기 변화, 감정, 충돌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이미지를 결합하기보단, 매일 하나씩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연습합니다.

  • 추천 훈련 종목: 이미지, 얼굴&이름

20분: 기억의 궁전 훈련

10개에서 20개의 정보를 기억의 궁전에 배치한 뒤 순서대로 회상합니다. 익숙해지면 기억하는 정보의 양을 조금씩 늘립니다.

  • 추천 훈련 종목: 무작위 단어, 숫자, 카드

10분: 지연 회상

이전에 기억했던 내용이나 훈련 초반에 외운 정보를 다시 떠올립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어떤 이미지가 약했는지 확인합니다.

5분: 훈련 기록

기억한 정보의 양, 걸린 시간, 틀린 개수, 어려웠던 부분을 간단히 기록합니다.

훈련 기록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고, 잘되지 않은 날의 느낌만 강하게 남아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단어 20개를 기억하는 데 10분이 걸리고 5개를 틀렸지만, 이틀 뒤에는 단어 20개를 11분 만에 기억하고 1개만 틀렸다면 분명한 발전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확인하면 훈련을 지속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매일 최고 기록에 도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확도를 높이는 날, 속도를 높이는 날, 새로운 기억의 궁전을 만드는 날, 실제 공부에 적용하는 날을 나누는 편이 좋습니다.

매번 속도만 높이려 하면 이미지가 부실해지고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항상 틀리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천천히 기억하면 속도가 향상되지 않습니다. 속도와 정확도 사이의 균형을 조절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가 되어야 기억술을 마스터했다고 할 수 있을까?

기억술을 마스터했는지는 단순히 몇 개의 정보를 외울 수 있는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무작위 단어 100개를 5분 안에 기억할 수 있어도 실제 공부에서는 기억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억력대회 기록은 없더라도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의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구조화하여 기억한다면 실용적인 의미에서는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억술 마스터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보를 접했을 때 기억법을 사용해야겠다고 매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미지와 연상이 떠오릅니다. 가령 책을 읽을 때 문장의 내용이 추상적이어도 자동으로 머릿속에 연관된 이미지와 장면이 떠오릅니다.

둘째, 기억의 궁전을 사용할 때 장소를 찾고 이미지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큰 인지적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셋째, 숫자, 단어, 문장, 개념, 인물, 순서 기억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정보마다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넷째, 기억에 실패했을 때 실패 원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기억력 훈련뿐 아니라 실제 공부와 업무, 일상생활에서도 막힘없이 기억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처음 접하는 정보라도 자신의 기존 지식과 연결하여 빠르게 기억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기억술 마스터란 몇 가지 기억법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상황에 맞는 기억법을 선택하고, 큰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필요할 때 정확하게 정보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을 예상해야 할까?

앞서 기억술을 마스터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수십 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 범위가 너무 넓어서 실질적인 기준이 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성장 단계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루~일주일

기본적인 연상법과 기억의 궁전 원리를 이해하고, 짧은 단어나 목록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영어 단어나 장보기 목록처럼 비교적 단순한 정보라면 처음 배운 날부터 기존의 반복 암기보다 효율적으로 기억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2주~한 달

정보를 이미지로 바꾸는 과정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짧은 기억의 궁전을 활용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다만 아직은 이미지 하나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미지 간 결합이 자연스럽지 않으며, 기억법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개월~6개월

꾸준히 훈련했다면 기억술의 기본기가 어느 정도 자동화되는 시기입니다.

이미지 변환 속도가 빨라지고, 여러 개의 기억의 궁전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자신이 공부하는 내용에도 조금씩 기억술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훈련 환경과 개인차에 따라서는 이 기간 안에 기억력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6개월~1년

다양한 정보에 기억술을 적용하고, 자신의 약점과 장점을 파악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단순히 배운 기법을 따라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이미지 체계와 기억 전략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공부와 업무에서도 기억술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년 이상

기억술을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사고방식으로 체화해가는 단계입니다.

정보를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구조와 이미지, 연결 관계를 파악하고, 목적에 맞게 여러 기억법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기억력대회에서 높은 기록을 목표로 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자유롭게 다루려면 이 단계 이후에도 오랜 훈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간은 하루에 얼마나 훈련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훈련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볍게 훈련한 사람의 1년과 매일 집중적으로 훈련한 사람의 1년은 같을 수 없습니다.

또한 기억술에는 명확한 졸업 시점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단어 20개를 기억하는 것이 목표였다가 그것이 가능해지면 50개를 목표로 하게 되고, 이후에는 더 빠르게 기억하거나 더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어집니다. 공부에 활용하기 시작하면 단순한 목록뿐 아니라 복잡한 개념과 논리 구조까지 기억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기억술 마스터는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는 하나의 지점이라기보다, 기억하는 과정이 점차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지는 방향에 가깝습니다.

마치며

기억술을 배우려는 분들이 훈련 기간을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 알 수 없다면 시작하기가 망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억술을 배우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생각 중 하나가 ‘몇 개월 안에 반드시 마스터해야 한다’는 조급함입니다. 기억술을 빨리 배우는 것과 제대로 배우는 것은 다릅니다. 처음부터 빠르게 기억하려고 하면 이미지와 연상이 부실해질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기록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면 훈련의 즐거움을 잃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어 열 개를 제대로 기억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이미지 하나를 만드는 데 30초가 걸리더라도 괜찮습니다. 꾸준히 훈련하다 보면 30초가 10초가 되고, 다시 몇 초로 줄어들며, 언젠가는 별다른 노력 없이 이미지가 떠오르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기억술을 마스터하는 데 정확히 몇 개월이 걸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3개월 만에 놀라운 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수년간 훈련하면서 천천히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훈련한다면 처음보다 나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억술사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재능은 뛰어난 기억력이나 생생한 상상력만이 아닙니다. 메타인지를 발휘하여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실패한 기억을 다시 살펴보며, 오늘도 한 번 더 정보를 이미지로 바꾸어 보는 꾸준함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기억술을 완벽하게 사용하려고 하지 마세요. 우선 하나의 정보를 이미지로 바꾸고, 하나의 장소에 배치하고, 잠시 뒤 다시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 작은 과정이 반복될수록 기억술은 더 이상 억지로 사용하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여러분이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 되어갈 것입니다.

이 가이드를 다 읽었어요

이어서 다음 가이드로 넘어가 보세요.

관련 가이드